스타트뉴스

▶김여성 화가
▶김여성 화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다에서 열리는 축구경기 중계를 보았다. 827일 새벽5.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지난 월드컵에서 보여준 낭패감 때문에 괜히 아침잠만 설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속에서 채널을 찾은 것인데 예상과 달리 그들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패스와 과감한 몸놀림으로 선재 골을 넣더니, 곧 동점골을 허용하고도 여유를 찾으며 추가골을 넣고, 역전 위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을 굴복시켜 대한민국 축구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늦잠에서 깨어난 아내로부터 새벽부터 질러대는 내 괴성 때문에 동네 챙피해서 못 살겠다는 푸념을 들었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우리 선수가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가까이 있었으면 일일이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생각해보니 44년차 뉴욕생활 72세 노짱의 경망스러움이 부끄럽기는 하다.

오랜 외국생활에 이렇게 고국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는 행운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이처럼 뼈 속까지 후련한 경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 통쾌함은 나에게 안개 속 같기만 했던 이번

스럼프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활력도 함께 주었다. 내친 김에 미뤄두었던 작품 앞에 다시 앉아 붓을 잡는다. 그간 골판지와 신문, 잡지, 그리고 화선지 등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꼴라주로 밑 작업을 해놓고는 꽉 막혀 진전이 없었다. 탄력을 받은 김에 몇 군데 아크릴 물감으로 무언가를 더 그려 넣었다. 완성하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나는 이렇게 존재한다.



작품명: 지도 그리기, 사이즈: 12/16인치, 재료: 꼴라주, 아크릴 물감작품명: 지도 그리기, 사이즈: 12/16인치, 재료: 꼴라주, 아크릴 물감

양해석 yhs3275@naver.com

저작권자 © 한국뉴스연합통신 스타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