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휘 칼럼] 대전시 문화예술계 인사 이대로 좋은가
이철휘 본부장
사람들은 흔히 ‘인사는 만사’란 말을 스스럼없이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정치를 하든, 기업을 하든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사사로운 의리나 인정에 끌려 정실인사(情實人事)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조선시대 최고 인사책임자였던 이조판서 ‘강희맹’ 학자가 떠오른다. ‘강희맹’선생은 인사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대책으로 세종 때부터 성종에 이르기까지 왕들의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인사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강 선생은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을 ‘얼마나 오래 근무했느냐’가 아니라 ‘그 자리에 오를 만한 자격이 되는지’, 그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다고 한다. 백 번 천 번 지당한 말이다.
최근, ‘바른미래당’이 조사 발표한 ‘공공기관 친문백서’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340개 공공기관에서 1,651명의 임원이 새롭게 임명됐다. 이 가운데 365명이 소위 ‘캠코더(대선캠프, 코드인사, 민주당 출신)인사로 밝혀졌다. 문정부의 이런 코드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야권시절, 그토록 비난했던 이명박 정권의 ’고소영-강부자 인사‘, 박근혜 정권의 ’깜깜이 인사’와 뭐가 다른지 묻고 싶다.
그저 전문성이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정치활동 등 이해관계가 있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보은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인사는 이제 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이러한 인사가 얼마나 더 있을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은 비단 중앙정부에서만 자행하고 있는 게 아니다. 대전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인사를 싸고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대전의 경우 지난 달 이응노미술관장이 정식으로 취임함에 따라 허태정 시장의 민선7기 출범 이후 대전시 산하 주요 문화예술체육기관의 수장들이 다 바뀌게 되었다. 그동안 문화예술체육기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논란과 비판의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우리 속담에 ‘아닌 땐 굴뚝에 연기 나랴’ 라는 말이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땠기 때문에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모든 소문에는 반드시 그런 소문이 날 만한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일례로 이번 대전시티즌 대표이사나 불요불급한 대전연정국악원 사무국장을 뽑는 과정에서도 그렇다. 구단과 전혀 관계없는 언론인 출신에 허 시장과 같은 충남대 철학과 출신이어서 대표선임과정에 ‘학연(學緣)이 혹시 작용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대전연정국악원 개원 이래 사무국장자리가 없이 운영을 잘해왔는데도 버젓하게 사무국장 채용공고를 내놓고 허 시장 선거캠프출신이 자리를 꿰차고 입성하는 등 사전 내정설이나 특혜설까지 난무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차치하더라도 공개적으로 공모와 검증을 통해 뽑는 과정에서조차 닮은꼴이다. 심지어 당선자를 발표하던 당일 당선자를 바꿔치기했다는 악성 루머까지 나돌았다.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직이 그 좋은 예다. 대전예당관장 응모에는 무려 19명이 몰렸다. 그런데 1차 서류심사에서 다 합격시킨 것부터 개운치 않았다. 굳이 1차 서류심사는 왜 했는지 설득력이 떨어졌다. 또한 대전시는 행정안전부 운영지침에 따라 예당관장 공모요강에 외국어구사능력을 특별요건에 넣었다고 주장했지만 심사에 제대로 반영했는지도 의문스럽다.
대전예당관장은 최종심사위원회에서 뽑은 3명 중 임용권자인 대전시장이 최종 합격자를 정하도록 되어있었다. 그런데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자 대전문화예술계에서는 합격자가 적임자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3월8일 최종 합격자가 발표되자 대전 문화예술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외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입소문이 무성했다. 이어 일부 언론을 통해 대전 예당관장 선정 등 문화예술계 인사의 문제점이 보도됐는데도 허 시장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허 시장은 취임한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색깔 있는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특정그룹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대전예당관장 인선에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허 시장은 이제 남은 임기 동안 고질적인 인사병폐를 바로잡아 묵묵히 일하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의 땀과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투명하고 성숙한 시정이 되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그래야 미래 대전시 문화예술계의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철휘 기자 chl12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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