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뉴스

 

[스타트뉴스=이정복 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지폐나 유가증권 등을 위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외국환평형채권(이하 외평채)을 위조한 범죄 피해자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급보증형식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기획재정부장관이 건의해 국회의 동의를 거쳐 발행되며 한국은행이 발행과 운용 사무를 맡고 있다. 따라서 외평채는 만기가 되면 한국은행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외평채는 원화와 외화 두 가지로 발행할 수 있는데, 2003년 이후 원화표시 외평채는 국고채에 통합,발행돼 사실상 원화표시로는 더 이상 발행을 안하고 있다.

이러한 위조 외평채 사기범으로부터 수십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자 A씨(55· 세종시 다정동)가 스타트뉴스를 찾아 제보한 것은 지난달 29일.

A씨는 평소 사업문제로 잘 알고 지낸 B씨(74·서울 영등포구)를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유가증권위조, 위조유가증권 행사 죄로 최근 대전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가 이날 기자에게 털어놓은 제보는 가히 충격적이고 믿기 어려웠다.

고소장을 살펴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서울시요트협회 임원으로 활동 하고 있는데 B씨가 찾아와 액면 5억원 외평채 2매를 보여주며, 7조원이 넘는 외평채가 있는데 이것을 현금으로 세탁해 사업자금에 투자해 주겠다며 접근하면서 부터다.

B씨는 외평채를 세탁하려면 부대 경비가 필요하다며 A씨에게 2012년 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수차례에 걸쳐 총 7천780만원의 현금을 갈취했다.

또 B씨는 지난 2017년 7월 대전 대덕구 법동 소재 한 커피숍에서 “자신이 문재인 정부 국채 회수담당실무자인 서울 청담동에 머물고 있는 일명 ‘프리멘스’를 모시고 있다”면서 이후 청와대 유력 인사들과 친분이 있음을 과시했다.

이런 점을 과시한 B씨는 “나는 현재 중부권 쪽 채권처리 권한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전 유성에 있는 ICC호텔이 대전엑스포 당시 국가 정책자금으로 세워진 호텔인데 50% 싸게 매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면서 외평채를 보여주며 “내가 외평채를 갖고 큰 자금을 마련 중인데 자금이 되면 ICC호텔을 인수해 고소인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등 도자기 전시 및 갤러리 사업을 편히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제의했다.

이후 B씨는 A씨가 보유한 도자기를 담보로 제공해주면 50억원을 대출받아 A씨에게 ICC호텔 인수자금으로 30억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A씨는 소장하고 있던 시가 약 5억원 상당의 백자1점과 현금 30만원 등 총 34회 걸쳐 8백75만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9월엔 A씨가 소유한 청나라시대 황금도자기 감정가 8,000만원 위안(원화 130억원) 도자기를 요구하며, 이 도자기가 있어야 ‘프리멘스’ 쪽에서 일하는 C씨가 50억원을 대출해 줄 수 있다고 말해 같은 해 10월 B씨에게 이 도자기를 전달했다.

도자기를 전달 받고 C씨로부터 50억원을 대출받은 B씨의 본심이 드러난 것은 이 때부터다.

B씨는 50억원이 입금된 후 당초 A씨에게 입금하기로 한 30억원을 주지 않았고, 휴대폰도 바꾸고 연락이 닿지를 않았다.

아울러 A씨는 B씨와 통화 녹취 과정에서 “사무실을 정리해야 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제가 현재 고소한 내용은 B씨의 사기행각이 극히 일부이며 검찰에서 더 조사해보면 알겠지만 개인이 지녀서는 안될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외평채 7조4천억원 현물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더욱이 위조된 외평채로 현 정부 윗선을 대신해 비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감언이설에 현혹 안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A씨는 “이제 그동안 해온 사업을 접고, 제가 거주하는 세종시에서 선친이 물려주고 제가 그동안 수집한 고가의 도자기들을 전시할 갤러리를 만들고 싶었는데 이처럼 사기를 당해 망연자실한 상태”라며 “검찰에서 하루속히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스타트뉴스와 통화에서 “(저도) 억울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추후에 이번 사건에 대해 연락드리고 말씀 드리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연락이 계속 닿지 않았다.

한편 이번에 발생한 사건과 판박이 같은 사건이 지난 2011년에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 2011년 1월과 10월에도 위평채 위조사건이 발생했다. 1월 수원지검은 2천억원대 외평채 위조범을 검거했고, 10월 경찰청은 외평채를 2조5천억원 어치나 위조한 일당을 잡아들였다.

또 같은 해 12월 서울 강남구 모 대부업체에서 5억원짜리 외평채를 담보로 3억원의 대출을 받으려고 한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힌 적이 있다.

범죄학자들은 “최근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짜 지폐를 이용한 사기수법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금융지식을 잘 알지 못하는 서민들이 타깃이 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정복 기자 conq-lee@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뉴스연합통신 스타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